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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공무원 축구'?...철밥통 엔트리는 카타르서 독이 될까 약이 될까 [IS포커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 ‘완전체’로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을 모두 마쳤다. 한국은 23일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2-2로 비겼고, 27일 카메룬을 1-0으로 이겼다. 이번 2연전은 11월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포함한 대표팀을 소집해서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11월 국내에서 또 한 번의 평가전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그 시기에는 해외파 선수들을 부를 수 없다. 1승 1무의 평가전 결과는 훌륭하다. 하지만 팬들의 여론은 다르다. 오히려 이번 평가전을 통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 보통 월드컵 직전에 치르는 평가전에서는 희망을 먼저 이야기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불만과 비관론이 대세다. 특히 2022~2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는 이강인(마요르카)를 불러 놓고도 평가전에서 1분도 기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카메룬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경기 후반 이강인의 이름을 외치는 관중의 콜이 나왔다. ━ 과정 중요한 평가전, 한국은 ‘고인 물’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직후 대표팀에 부임했다. 4년간 그가 지휘한 대표팀 경기의 엔트리는 큰 변화가 없고, 기용하는 선수가 거의 비슷하다. 공격 최전방의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조규성(전북 현대), 2선의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권창훈(김천 상무) 나상호(FC서울)는 거의 고정 멤버라 할 수 있다. 미드필드에 정우영(알 사드)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붙박이 주전이라면, 여기에 추가로 최근에 신임하기 시작한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백승호(전북) 손준호(산둥) 정도가 주요 멤버다. 수비에서는 중앙 수비에 김민재(나폴리)와 김영권(울산 현대), 풀백으로 김진수(전북)가 터줏대감이다. 오른쪽 풀백으로 오랜 시간 뛰었던 이용(수원FC)이 밀려난 대신 김문환(전북)이 자리를 잡았다. 최종 엔트리 중 3명은 어차피 골키퍼의 자리다. 나머지 필드 플레이어 23명를 추리는 과정에서 어떤 경쟁과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최근 대표팀 경기를 몇 번만 봐도 누구나 베스트11 멤버를 댈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거의 없다. 선발 라인업도, 투입되는 교체 멤버도 모두 ‘고인 물’ 엔트리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부터 FIFA는 팀별 최종 엔트리를 종전 23명에서 26명으로 늘렸다. 선수를 더 폭넓게 기용하고 테스트해 볼 기회가 생겼는데도 벤투 감독은 무슨 이유인지 자신이 믿는 선수만 고집스러울 정도로 꾸준하게 기용한다. ‘팬심’이 성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번 A매치 2연전은 결과보다 과정이 납득되어야 하는 평가전이었다. 최종예선을 마치고 석 달 전 치른 6월 A매치 3연전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월드컵 본선에서 26명을 뽑아도 필드 플레이어 8~9명 정도는 거의 기용되지 않는 벤치 자원이 될 판이다. ━ 엔트리는 ‘철밥통’ 경기는 ‘복지부동’ 벤투 감독은 아시아 최종예선 때 썼던 선수들을 평가전에서도 줄기차게 계속 기용했다. 부상으로 빠졌던 주전 선수의 자리에 부득이하게 새 얼굴을 기용한 정도가 변화의 전부였다. 2002 한·일 월드컵이 아직도 신화처럼 추앙받는 이유가 있다. 엄청난 결과(4강)를 얻어낸 이유도 있지만,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전 한국 축구에선 볼 수 없던 피 튀기는 경쟁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상으로 쥐어짜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파 공격수였던 안정환은 요즘 TV 방송에 출연해 2002년 월드컵 준비 과정을 회상할 때마다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고 한다. 그만큼 선수들은 자신이 최종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안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게 동력이 되어 이를 악물고 수비에도 달려들었다. 반면 벤투호는 안정적이다. 그 변함없는 선발 기준도 충분한 설명은 없다. 이번 평가전에서 이강인을 기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벤투 감독은 “소속팀에서 먼저 기회를 많이 받아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강인은 올 시즌 마요르카의 핵심 자원이다. 양현준(강원FC) 김태환(울산 현대)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 등 이번 카메룬전에 아예 뛰지 못한 선수들도 모두 소속팀 주전이다. 오히려 꾸준히 대표팀에 기용되는 권창훈과 나상호가 최근 소속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 ‘철밥통 엔트리’는 다른 부작용도 있다. 주요 선수의 혹사 논란이다. 기량 검증이 끝난 손흥민은 평가전마다 무조건 풀타임을 뛴다. 황의조는 올 시즌 직전 이적 과정에서 폼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고, 코스타리카전에서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카메룬전에 교체로 또 투입됐다. 결국 그는 투입 10분 만에 부상을 호소하며 교체 아웃됐다. ‘심각하지 않은 근육 부상’으로 판명되긴 했지만, 팬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카메룬의 리고베르 송 감독은 한국전에 막심 추포모팅(바이에른 뮌헨), 잠보 앙귀사(나폴리) 등 핵심 전력을 아예 소집하지 않았다. “소속팀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휴식을 줬다”는 게 이유였다. 송 감독은 한국에 패배했는데도 “다양한 새 얼굴들을 테스트했고, 만족스러웠다”고 평가전 소감을 말했다. 이번 평가전 기간에 유럽으로 날아가서 실전 테스트를 치른 일본은 “더블 스쿼드를 시험하겠다”며 평가전 상대에 따라 기용 멤버를 크게 바꿔서 경기했다. 이와 반대로 벤투 감독은 변화와 거리가 멀다. 평가전에서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어떤 전술을 테스트 했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팀을 상대로 준비할 법한 ‘선 수비 후 역습’ 시스템을 제대로 돌려본 것도 아니다. 벤투 감독은 변화무쌍한 전술 변화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미드필드와 공격진에 누구를 투입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위치와 대형만 바뀌는 유연성 없는 축구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럽파가 빠진 올여름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한 건, 경직된 전술과 소수의 고정 멤버만 믿었던 부작용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선수 구성에 변화가 없는 건 전술 변화도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다. 선수 기용과 전술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도 절실하긴 마찬가지인데, 과연 벤투에게 쓴소리를 하고 견제하면서 발전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시스템이 작동되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역할을 했던 김판곤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올해 1월 물러났다. 그리고 이후 견제 시스템이 멈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물론, 4년간 거의 같은 멤버로 이어져 온 ‘철밥통 대표팀’이 어쩌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만큼 안정감이 있어서다. 그러나 마지막 두 차례 평가전에선 최소한 '그렇게 같은 멤버를 고집하더니 이걸 보여주려 했구나'라는 답이 보였어야 했다. 과연 4년간 비슷한 멤버가 호흡을 맞추면서 만든 게 무엇인지, 아시아 레벨을 넘어선 팀을 상대로도 안정감이 있을지, 본선에서 쓸 무기로 무엇을 새로 준비했는지 대답을 찾기가 어렵다. 이은경 기자 2022.09.2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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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2022 ④미드필더] 거침 없던 진공청소기 김남일, 걱정할 게 더 많아진 정우영

일간스포츠는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아 현재 축구대표팀과 20년 전의 대표팀을 포지션 별로 비교하는 시리즈물을 연재한다. 2002년 6월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전설의 스쿼드를 돌아보며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을 더 흥미롭게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의 중원의 중심에는 유상철과 김남일이 있었다. 유상철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한·일월드컵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 쐐기 골을 터뜨렸을 정도로 공격에도 가담했다. 대표팀 경력 또한 풍부한 베테랑이기도 했다. 김남일은 수비에 집중했다. 상대가 한국 진영을 넘보지 못하게 꽁꽁 묶는 역할을 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왔고, 월드컵 대표팀은 2002년이 처음이었다. 김남일은 플레이도 거침없었는데, 툭툭 던지는 말은 더 거침없었다. 김남일은 월드컵 직후 ‘신드롬’이라 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 히딩크가 지어준 별명 ‘진공청소기’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본선이 열리기 전부터 김남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도 히딩크가 직접 지어줬다. 상대 선수를 빨아들이듯 수비한다는 뜻이다. “98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에드가 다비즈가 했던 롤을 김남일이 해주고 있다”며 극찬한 적도 있다. 다소 투박한 스타일의 김남일이 처음부터 축구 팬의 신뢰를 받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저돌적이고 창의적인 김남일을 기존의 미드필더들보다 더 믿었다. 김남일은 상대를 잘 막아내면서도 효율적인 패스를 하는 선수였다. 월드컵 본선에서 김남일은 조별리그 3경기 풀타임, 16강 이탈리아전과 8강 스페인전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김남일은 여러 면에서 이전의 한국 축구에 ‘반전’을 던졌다. 1990년대 한국 축구에서 미드필더 이야기가 나오면 그 주제는 늘 ‘플레이메이커’였다. ‘한국에 제대로 된 플레이메이커만 있다면 월드컵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게 언론의 단골 기사 주제였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기술이 좋은 선수보다 강인하고 터프한 김남일을 선택했다. 미드필더로서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낸 그는 반항적인 외모에 거칠 것 없는 말투로 순식간에 소녀팬까지 사로잡았다. ‘날 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그의 젊은 에너지가 4강 신화에 열광하던 팬들을 빨아들였다. 김남일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어록’을 만들어냈다. 한·일월드컵 직전에 치른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돌파를 막아내다가 지단이 다쳤다. 한국 기자들이 ‘지단 몸값이 얼만데…’라고 걱정하니까 “내 연봉에서 (치료비를) 까라고 해요”라고 툭 던진 게 그의 대표적인 어록이다(당시 지단이 기록한 세계최고액 이적료가 7500만 유로, 1000억원이 넘었다). 한·일월드컵 당시 노란색 염색 머리를 했던 김남일은 과거 축구가 하기 싫어 숙소를 탈출,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월드컵 직후 선수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 대국민 축하행사에서 “나이트에 가고 싶은 김남일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김남일은 터프한 플레이와 청춘드라마 속 반항아 남주인공 같은 이미지, 거침없는 언변 덕분에 아이돌 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팬들이 김남일과 닮은꼴 연예인을 꼽으면서 강동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정환·이동국 등 ‘꽃미남 공격수’가 아닌 터프가이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축구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대체 왜 김남일이 여자 팬에게 인기가 많은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플레이도, 신드롬 같았던 인기도, 무서울 게 없는 듯이 말하고 달려들던 김남일은 한·일월드컵이 남긴 최고의 ‘낭만 터프가이’로 기억될 것이다. ━ 한 명의 스타보다 팀으로 조화 우선 김남일 이후 한국 대표팀에는 오랜 기간 기성용(33·FC서울)이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기성용은 2019년 1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미드필더들은 아시아 예선 때부터 끊임없이 기성용과 비교당해야 했다. 지금의 미드필더들은 위축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로 정우영(33·알 사드) 이재성(30·마인츠) 황인범(26·서울)을 주로 기용해왔다.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선수가 정우영이다. 체격에서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그는 수비 가담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프리킥 능력도 좋다. 다만 정우영은 세밀한 패스나 창의적인 공격 전개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황인범과 이재성이 메워주는 조합이다.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지 고민하는 걸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A조 10경기 7승 2무 1패, 13득점 3실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고전했기에 이번 최종예선이 더 의미 있었다. 그런데도 대표팀 수비와 미드필더들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아시아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세계적인 강팀과 만나면 허리와 수비진이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그 중심에서 정우영이 비난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수비진 실수로 동점 골을 내준 후 동료들의 소셜미디어(SNS)에 비난 메시지가 쏟아지자 정우영은 “비난과 욕설을 멈춰주세요”라는 공개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베테랑 정우영은 수비의 중심을 잡는 동시에 맏형으로서 후배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정우영과 이재성이 부상으로 동시에 빠졌던 지난달 파라과이 평가전(2-2 무승부)에서 중원에 큰 공백이 생겼다. 역설적으로 이 경기를 통해 이들이 대체불가한 자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우영은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비롯해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대해 불안해하는 팬들에게 “감독님과 선수들은 오랜 기간 우리의 색깔을 준비해왔다. 믿음을 보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은경 기자 2022.07.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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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2022 ③수비라인 비교] 20년 전 완벽 수비진에게 길을 묻다

2002 한·일월드컵이 20주년을 맞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이라는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한국 축구는 이제 20년 전 그날을 기억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때다. 일간스포츠는 20년 전 4강 신화를 이룬 태극전사들과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현재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포지션 별로 비교해 봤다. 2002년의 눈부신 성과를 차분히 복기하면서 동시에 현재 대표팀의 장단점을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수비였다. 한국은 한·일월드컵 3~4위전(터키에 3실점)을 제외한 총 6경기에서 3실점에 그쳤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폴란드전을 비롯해 포르투갈전, 스페인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조별리그에서 미국에 1실점, 16강전에서 이탈리아에 1실점, 4강전에서 독일에 1실점 했다. 지금 다시 기록을 확인하면 ‘어떻게 이게 가능했지?’ 싶을 정도로 완벽한 수비력이었다. 2002년 한국 대표팀 수비는 스리백 시스템이었다.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이 중앙수비를 맡고 좌우 측면에서 이영표와 송종국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수비에 가담했다. 당시 세계 축구의 대세가 포백인데 한국만 낡은 스리백 시스템을 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스리백을 선택했다. 결국 언더독 한국이 승점을 따기 위해서는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하면서 역습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팀 2002 수비에서 홍명보는 오랜 기간 대표팀 수비수로 뛰면서 경험과 리더십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김태영과 최진철은 투쟁심 강하고 터프한 플레이를 했고, 공중볼 경합 능력도 뛰어났다. 김태영은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하다가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가격당해 코뼈가 부러졌다. 그런데도 그는 "상대를 놓쳐 실점한 게 더 아팠다"고 할 정도의 투지를 보여줬다. 좌우 윙백 이영표와 송종국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사이드백 조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술과 체력 모두 좋았다. 특히 송종국이 포르투갈전에서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었을 만큼 대인 방어 능력도 뛰어났다. 이전까지 생소했던 '오버래핑(활발한 움직임으로 공수를 모두 커버하는 것)'이라는 말도 이영표와 송종국의 플레이 덕분에 축구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됐다. ━ 한·일월드컵 수비의 비밀은 체력 한·일월드컵 후 진행된 여러 인터뷰에서 당시 수비진을 구성했던 선수들은 성공적인 수비의 비결로 체력을 꼽았다. 2002년 대표 선수들은 장기 훈련 때 파워 트레이닝을 소화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 프랑스, 잉글랜드 등 유럽 강호들과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더니 “체력도,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더라”는 경험담을 고백했다. 히딩크 감독은 전문적인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체계적인 체력 측정과 훈련을 했다. 최진철은 과거 인터뷰에서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수비진 뿐만 아니라 공격수까지 전원이 수비에 가담했다. 히딩크 감독은 압박 강도, 공수전환 속도를 중시했다. 이걸 하려면 체력이 가장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이처럼 선수들이 최고 수준의 체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긴 합숙 훈련 덕분이었다. 2002년 한국 축구는 월드컵 개최지로서 총력을 다 하기 위해 K리그의 협조를 얻어 이 해의 리그를 축소 운영했다.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모두 뽑아서 자유롭게 테스트하도록 했다. 히딩크 감독 지도 아래 대표팀이 합숙한 기간만 200일이 넘었다. 이때 처음으로 축구대표팀의 전용 훈련장인 파주NFC까지 생겼다. 모든 조건이 최상이었다. 현재 대표팀이 기술력 혹은 선수 자원이 많이 부족해서 2002년 당시의 수비력을 재현하지 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2002년의 특수한 훈련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불가능할 뿐이다. 지금은 아시아리그와 유럽리그의 시즌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 일정에 따라 컨디션이 제각각이다. 그리고 소속팀에서 쏟아붓고 남은 체력을 대표팀에서 끌어내야 하는 현실이다. ━ 2022년 체력과 섬세한 압박 필요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대표팀의 수비진에서는 김진수(전북 현대) 김영권(울산 현대) 김민재(페네르바체) 홍철(대구FC), 이용(전북) 등이 주로 활약했다.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도 이들 위주로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돋보이는 수비 자원은 단연 김민재다. 압도적인 피지컬(1m90㎝·88㎏)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그는 공간을 커버하는 능력과 주요 선수를 대인방어하는 능력이 두루 좋다. 한국 수비진의 핵심이다. 하지만 수비는 뛰어난 선수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은 유럽파로 구성된 화려한 공격진에 비해 수비라인의 무게감은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A매치 4연전을 치르면서 남미의 개인기 좋은 선수들이 쉽게 탈압박을 해내 실점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2002년 대표팀의 수비에서 힌트를 얻자면,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건 보다 섬세하게 짜여진 압박 훈련이다. 김태영은 2002년 대표팀에 대해 회상하면서 “히딩크 감독님은 공격에 가담했다가 다시 수비로 복귀할 때 빠르게 정확한 위치를 잡는 것을 중시해서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비는 수비수들만 하는 게 아니다. 공격진부터 미드필더들까지 전원이 압박에 가담해야 한다”면서 “압박이라는 건 무작정 압박하고 달려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대를 압박할 때 우리 선수들의 정확한 위치, 빌드업 해나갈 때 패스의 각도까지도 섬세하게 훈련하고 약속이 되어야 한다. 2002년 한국이 잘한 것도 이런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표팀이 수비에 대해 지적을 받는 건 온전히 수비수들의 문제라기보다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선수 개개인을 놓고 보면 2002년 대표팀의 수비수들보다 현재 대표팀 수비수들의 기술이 밀린다고 단정할 수 없다. 2002년 멤버 이영표는 인터뷰 때마다 "축구는 늘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한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이 20년 전 선수들보다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발전했다"고 강조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풀백의 공격 가담이 강팀의 기본 요건이 되었고, 나아가 중앙수비수들까지도 공격 가담 능력이 있어야 한다. 20년 동안 축구 전술이 발전하면서 수비수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치도 더욱 많아졌고, 수행해야 하는 플레이도 더 복잡해졌다. 김대길 위원은 “아시아 예선에서는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한수 아래 팀들이었다. 이 때문에 빌드업과 공격적인 부분을 강조했다면, 월드컵 본선에서 이기려면 예선 때와 다르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독일전에서도 한국은 효과적인 압박을 하다가 카운터 어택(역습)으로 승리를 만들어냈다”고 조언했다. 이은경 기자 2022.07.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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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울산전 인생수비, 은퇴해도 찾아볼 것 같아요"

프로축구 전북 현대 중앙 수비수 홍정호(32)는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벽’이라 불린다. 전북은 올 시즌 32경기에서 30실점 했다. K리그1 최소 실점팀(경기당 0.93골)이다. 홍정호는 비록 2일 강원FC전에서 퇴장 당했지만, 올해 31경기에서 출전해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홍캡(캡틴)’, ‘홍다이크(리버풀 수비수 판다이크에 빗대)’라 불리는 홍정호는 울산 조현우, 이동준과 시즌 MVP 후보로 거론된다.철벽 수비의 압권은 지난달 10일 울산 현대전이었다. 후반 41분 울산 이동준의 헤딩슛을 막으려고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달려 나왔다. 공이 골키퍼 없는 골문으로 향했는데, 홍정호가 전력 질주해 몸을 날려 공을 걷어낸 덕분에 0-0으로 비겼다. 1일 전화 인터뷰에서 홍정호는 “공을 걷어낼 때 ‘아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실점했으면 울산과 승점이 더 벌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한 팬은 ‘홍정호가 칠순 잔치 때도 그 장면을 돌려볼 것 같다’고 했다. 홍정호는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인생수비다. 유튜브에 계속 뜨더라. 은퇴해도 찾아볼 것 같다”며 웃었다.홍정호는 지난달 5일 FC서울전에서는 자책골을 넣고 종료 직전 결승 골을 터트려 4-3 승리를 이끌었다. 홍정호는 “내 예상보다 가브리엘(서울) 슈팅이 약하게 왔다. ‘잡아야 하나’ 생각하는 순간 몸이 골대로 향하고 있었고 공과 같이 들어가는 바람에 자책골이 됐다. 그래도 운 좋게 마지막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 고비를 넘기고 4승 1무를 기록했다”고 되돌아봤다.그동안 부상이 잦았던 홍정호는 올 시즌 거의 전 경기 풀타임을 뛰고 있다. 홍정호는 “2018년 전북에 와 꾸준히 뛰며 몸이 좋아졌다. 2017년 결혼해 딸이 둘이다. 훈련 후 집으로 돌아가 생활도 규칙적”이라고 했다. 또 홍정호는 “전북이 역습을 많이 맞는 팀이라, 상대와 부딪쳐 막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2018년 (김)민재가 앞에서 강하게 막고 내가 뒤에서 했다면, 지금은 내가 앞에서 컨트롤한다”고 했다. 홍정호는 2013~16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었고, 2014과 15년 두 차례 바이에른 뮌헨전 1-0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김민재는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활약 중이다. 홍정호는 “민재 영상을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난 독일에서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어“어휴~ 제가 민재한테 조언할 게 있나요. 민재 실력이야 뭐. 그래도 외국에서는 언어 소통이 중요하더라”고 말했다.홍정호는 A매치 42경기에 출전했지만,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2018년 부임 후 홍정호는 단 한 번도 뽑지 않았다. 홍정호는 “감독님 구상에 있었다면 수많은 평가전과 예선전에 한 번 불러주셨을거다.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지 않은 것 같다. 기존 선수들이 손발을 맞췄는데 최종 예선에 합류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오히려 팬 분들과 언론에 추천 선수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김영권(감바 오사카)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직전에 대표팀에 재합류했다. 홍정호는 “항상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2위 전북은 울산과 승점 1점 차로 우승경쟁 중이다. 홍정호는 “‘올해는 왜 울산이 안 무너지지. 무너질 때가 됐는데’란 생각이 들었지만, 홍명보 감독이 온 뒤 단단해진 느낌이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온건 홍 감독님 덕분이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내게 기회를 주셨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라고 말했다.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10.0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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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신의 한수] 김민재 와일드카드 1순위였는데, ‘학범슨’ 플랜B는?

사실 김학범(61)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님의 마음속 ‘와일드카드 1번’은 김민재(25·베이징 궈안)였다. 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김 감독님과 세 차례 통화했다. 내가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을 지도하다 휴가차 귀국해 선생님께 안부 인사를 드렸다. 이후에도 김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직전 올림픽(2016년 리우올림픽 감독)에서 먼저 부딪히며 경험한 것들을 나눴다. 올림픽대표팀에 3장을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25세 이상 선수)로 김 감독님은 황의조(29·보르도)와 권창훈(27·수원)을 선발해 데려갔다. 그러나 감독님은 ‘수비 안정이 1번’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김민재를 추천했다. 김 감독님은 김민재의 대표팀 차출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에 날아갈 생각도 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도쿄행은 불발됐다. 소속팀 베이징 궈안(중국)이 그를 내주지 않았다. 올림픽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가 아니어서 소속팀이 차출을 거부할 수 있다. 출국 전날까지 김민재를 기다린 김 감독님의 행동을 지적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단 1% 희망이라도 있다면 포기할 수 없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큰 자리이기 때문이다. 자꾸 김민재 얘기를 하는 건, 출국 전 두 차례 평가전에서 우려한 대로 수비 불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 16일 프랑스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후반 39분부터 6분 사이에 2실점 했다. 프랑스의 패스 플레이에 무너졌고, 상대 중거리 슛이 골키퍼(송범근) 가랑이 사이로 통과했다. 올림픽대표팀은 13일 아르헨티나전(2-2무)을 포함해 두 차례 평가전에서 4점을 내줬다. 수준 높은 팀들을 상대할 때 너무 공만 보면서 몰려다니면 안 된다. 상대 위치에 따라, 1~2m의 간격도 계산하고 움직여야 한다. 도쿄올림픽 멤버가 ‘역대 최강’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냉정하게 보면 수비 라인이 약한 게 사실이다. 사실 리우올림픽 때도 수비 불안이 컸다. 양쪽 풀백의 체격이 작아서 상대 세트피스와 얼리 크로스에 고전했다. 김학범호는 공수 밸런스와 ‘전환 템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동준(울산)과 엄원상(광주)의 스피드가 상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물론 김민재가 있었다면 팀의 무게감이 더해졌을 거다. ‘학범슨(명장 퍼거슨에 빗댄 김학범 별명)’의 플랜B가 궁금하다. 나는 김 감독님과 1998년부터 7년간 성남 일화 선수-코치로 인연을 맺었다. 선생님 방에 가면 늘 영상 분석을 하고 계셨다. 휴식기에는 유럽과 남미로 날아가 선진 축구를 지켜본 ‘학구파’다. 김 감독님은 실업팀 국민은행에서 은퇴한 뒤 은행원으로도 일하셨다. 그래서인지 아주 섬세하고 꼼꼼하다. 김 감독님이 김민재를 대신해 발탁한 중앙 수비수 박지수(27·김천 상무)도 좋은 선수다. 비록 출국 전날 합류했지만, 군인 정신(군팀 김천 상무 소속)으로 후배들을 리드할 거로 믿는다. 다만 K리그 수원FC 시절 박지수의 동작이 크다 보니 핸드볼 파울이 많았던 게 걱정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 김영권처럼 박스 내에서는 열중쉬어 자세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번 조 편성이 최상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감독 입장에서 최상의 조는 없다. 22일 1차전 상대 뉴질랜드가 ‘1승 제물’이라는데, 이 팀에는 와일드 카드 크리스 우드(30)가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번리에서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다. 2차전 상대 루마니아는 정예 멤버를 내보내지 않지만 만만치 않다. 3차전 상대는 리우올림픽 8강 때 내게 탈락의 아픔을 안긴 온두라스다. 역습 한 방에 무너진 그 날의 패배가 지금까지 한스럽다. 북중미 특유의 유연한 발재간을 앞세우는 온두라스를 우리는 더 거칠게 해야 한다. 김 감독님이 ‘박살’ 내줬으면 좋겠다. 올림픽대표팀이 지난 17일 결전지에 도착했다. 코로나19 검사 등으로 6시간이나 걸려 공항을 빠져나왔다고 들었다. 김 감독님과 선수들도 모두 고생했다. 김 감독님의 출사표대로, 사고 한번 쳐서 코로나19로 힘든 국민께 큰 웃음을 드리길 바란다. 신태용 리우올림픽 감독·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신태용 리우올림픽 감독·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2021.07.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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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올림픽, 매탄까지'…권창훈을 향한 기대

권창훈(27)이 수원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는 2013년 수원에서 프로 데뷔를 한 후 2016년까지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17년 프랑스 리그1 디종으로 이적한 후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등 유럽에서 활약하다 수원으로 복귀했다. 4년 4개월 만이다. 권창훈은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복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권창훈은 "낯설지 않아서 좋다. 내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유럽을 떠날 때 꼭 수원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수원 말고 다른 팀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수원은 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움을 준 구단"이라며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수원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박건하 감독님에게 우승이 목표라고 들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창훈은 "수원이 지금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들어와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보다는 팀에 빨리 녹아들 생각을 먼저 하고 있다. 선수들과 서로 소통하면서 좋아하는 부분을 찾을 것"이라며 "유럽에서 좋은 시절, 힘든 시절도 있었다. 유럽의 축구와 철학도 배웠다. 유럽에서 배운 점들을 수원에 잘 녹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핫한 매탄고를 졸업했다. 매탄고는 수원이 자랑하는 유스팀이다. 매탄고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됐고, 처음으로 유럽에 진출하는 등 '매탄의 심장'이라 불린다. 올 시즌 정상빈, 김태환, 강현묵은 '매탄소년단'이라 불리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권창훈은 "매탄고를 나와서 프로에서 뛰었다는 자부심이 항상 있었다. 후배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뛰었을 것이다. 젊고, 패기가 있는 선수들이다. 소통을 많이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에서 정상빈과 함께 했다. 내가 어떤 조언을 해주기 보다는 그 선수가 가진 장점을 더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수원에서 같이 잘 해보자'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2020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유력 후보다. 그는 "(최종엔트리에 드는 건) 지켜봐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을 한다. 경기장에서 충분히 어필을 했다. 김학범 감독님이 판단할 거다. 기다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을 한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권창훈은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전 리그 경기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월드컵 꿈은 좌절됐다. 권창훈은 다시 월드컵에 도전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그는 "몸상태가 100%는 아니었다. 2차 예선 3경기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득점 찬스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대표팀이 조 1위로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 최종 예선이 남아있다. 2차 예선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잘 준비를 할 것이다. 몸상태도 더 좋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월드컵을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수원=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1.06.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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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와 맞대결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라이스-세징야-조현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맞대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팀 K리그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탈리아 세리에 A 명문 클럽 유벤투스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유벤투스가 한국을 찾는 것은 1996년 이후 23년 만으로,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인 26일 입국해 다음 날 출국할 예정이다.이번 맞대결로 옛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 성사됐다. 포르투갈이 아닌 한국에서 재회하는 조세 모라이스(54) 전북 현대 감독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만남이다. 지난해 K리그1(1부리그) 챔피언 전북의 사령탑인 모라이스 감독은 '하나원큐 팀 K리그' 지휘봉을 잡아 유벤투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모라이스 감독은 호날두와 국적이 같다는 것 외에도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사이다. 호날두의 전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그를 지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조제 모리뉴(56) 감독 밑에서 수석 코치를 지냈다. 모리뉴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오른팔'로 그를 보좌하며 여러 클럽에서 성공 신화를 함께 일궜다. 2003년 FC 포르투(포르투갈)를 시작으로 인터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첼시(잉글랜드) 등 명문팀을 함께 거치며 수많은 우승을 만들어 냈고, 2010년 인터 밀란에선 '퀸터플(quintuple·5개 대회 동시 석권)'의 대기록을 썼다. 모라이스 감독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둘의 인연은 2010년 레알 마드리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수석 코치로 함께한 모라이스 감독은 이때부터 2013년까지 호날두와 함께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벤트 면에서도, 선수들에게도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기"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있었던 호날두도 오기 때문에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또 모라이스 감독은 "호날두는 페라리·람보르기니처럼 자기와 닮은 차를 탄다. 하지만 한국에 오면 현대차를 타야 할 것"이라며 웃었다.선수들 중에도 호날두와 만나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K리그판 '호우 세리머니'의 주인공, 대구 FC의 외국인 선수 세징야(30)다. 세징야는 K리그 최고 외인의 계보를 잇는 선수다. 올 시즌 리그 4위를 순항 중인 대구의 중심에는 세징야가 있다. 2016년 당시 K리그2(2부리그) 소속 대구 유니폼을 입은 세징야는 입단 첫해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2018년에는 8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도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대구를 FA컵 정상에 올려놓으며 창단 이후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안겼다. 올 시즌 ACL에서도 비록 조별리그 통과엔 실패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인상적인 경쟁력을 보여 주며 대구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리그에서도 지난 3월 처음으로 시작된 EA코리아 후원 '이달의 선수상' 첫 수상자가 됐을 뿐 아니라,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장 달성 및 30-30 클럽 가입까지 성공했다. 올 시즌 리그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DGB대구은행파크에서도 '빛현우' 조현우(28)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한다.그런 세징야가 골을 넣을 때마다 펼치는 세리머니가 바로 '호우 세리머니'다. 세징야가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호날두가 세징야의 '우상'이었기 때문이다. 세징야는 "어려서부터 호날두를 동경해 왔다. 그는 내게 영웅"이라며 "내가 호날두의 세리머니를 하고, 프리킥을 차기 직전에 그를 따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동경심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세징야는 "경기에 함께 뛰게 되면 굉장히 영광스러울 것 같다. 골을 넣으면 호날두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겠다. 또 경기 시작 전에 호날두를 찾아가서 (유니폼을 달라고) 얘기하려고 한다"며 유니폼도 '예약'했다.팬들이 바라는 맞대결도 성사됐다. 팬 투표로 뽑힌 11명의 '팀 K리그' 팬11 중 최다 득표(6만2938표)를 자랑하는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28·대구 FC)와 호날두의 맞대결이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보여 준 선방 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빛현우'로 거듭난 조현우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으로 호날두의 슈팅을 막아 낼 기회를 잡게 됐다. 유럽 빅리그 진출을 시도 중인 만큼 호날두는 물론이고 쟁쟁한 스타들이 포진한 유벤투스전은 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9.07.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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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분 동안 날아다닌 '창' 이강인, 120분+@ 빛난 '방패' 이광연

36년 만의 4강 진출, 그 뒤에는 빛나는 '창과 방패'가 있었다.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 세네갈과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120분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목표였던 '어게인 1983'을 달성함과 동시에, 역대 최고 성적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정정용 감독부터 벤치 선수들까지 모두가 하나돼 만들어 낸 4강행이다. 정 감독은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이번 대표팀의 강점에 대해 "우리팀은 하나다. 전체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든 스태프가 하나다. 그게 우리의 힘이고 원동력"이라는 말로 표현해 '원 팀'을 강조했다. 유수프 다보 세네갈 감독도 "어느 정도 준비는 했지만 (한국이) 이렇게까지 조직력 있는 팀인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모두 하나가 돼 끈질기게 뛴 결과가 4강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원 팀' 속에서 유독 빛난 '창과 방패'가 있다. 1골 2도움으로 종횡무진한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 그리고 빛나는 선방으로 한국의 골문을 지킨 '빛광연' 이광연(강원 FC) 얘기다.이강인의 활약상은 이번 대회 내내 이어졌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 경기 맹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이날 세네갈전에서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 자신보다 훌쩍 큰 세네갈 선수들 사이를 뚫고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드리블과 킥·패스·슈팅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7분 수비수 이지솔(대전 시티즌)이 얻어 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대회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한 이강인은 패배 직전이었던 후반 추가 시간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지솔의 동점골을 이끌었다. 특히 연장 전반 5분, 쇄도하는 조영욱(FC 서울)을 향해 찔러 준 스루패스는 상대 수비수들을 뚫고 정확하게 배달돼 한국의 세 번째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강인의 킬 패스 능력이 돋보인 완벽한 장면이었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 김주성(FC 서울)과 교체돼 승부차기에 나서진 못했으나, 105분 동안 세네갈을 찌른 이강인이라는 '창'의 예리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경기였다.이강인이 '창'이라면 한국 골문을 지킨 이광연은 '방패'였다. 숫자만 보면 3실점이지만 난타전 속에서 골문을 든든히 막아 낸 이광연이 아니었다면 연장전까지 가는 것도 어려울 수 있었다. 후반 31분,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 이브라히마 니아네의 슈팅을 막아 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비디오판독(VAR)으로 슈팅 직전 이광연이 골 라인에서 발을 먼저 뗐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효 처리되고 결국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페널티킥 상황에서 보여 준 선방은 든든한 수문장 이광연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했다.이후로도 이광연의 선방은 계속됐다. 전후반 90분, 연장 전후반 30분을 더해 총 120분의 시간 동안 유효슈팅 7개 중 4개가 이광연의 손에 가로막혔다. 여기에 승부차기에서도 한국의 1·2번 키커 김정민(리퍼링)과 조영욱(FC 서울)이 연달아 실축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문을 지켜 극적인 4강행을 이끌었다. 특히 상대 키커의 실축으로 2-2가 된 상황에서, 세네갈의 네 번째 키커인 디아 은디아예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읽고 막아 내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이광연의 놀라운 선방에 축구팬들은 '2018 러시아월드컵 때 조현우(대구 FC)를 보는 것 같다'며 '빛광연'으로 부른다.매 경기 뛰어난 활약으로 한국의 4강 진출에 앞장서 온 '창과 방패'는 오는 12일 오전 열리는 에콰도르와 4강전에도 함께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광연은 "전세기를 타겠다는 꿈을 이뤘지만 꿈 하나(우승)가 아직 남아 있다"며 "4강을 잘 준비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고, 이강인도 "다음 경기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 없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서 결승전까지 가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9.06.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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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관전평] 돌아온 이청용이 반갑다

KFA 제공이청용. 이름만 들어도 든든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유연한 드리블과 재치 있는 패스를 보여 주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성실하면서도 유려한 플레이 덕분에 슈팅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큰 부상과 이어지는 부진으로 한국 축구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대표팀 발탁에 결코 이견이 없었던 선수에서, 뽑힐 때마다 경기 감각에 논란이 되는 선수로 상황은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이청용은 포기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재기와 대표팀 복귀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여름, 그는 꽤 높은 연봉을 제시한 국내 3개 구단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의 선택은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어떤 이들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분데스리가 2부리그 보훔으로 가는 것에 부정적 의견을 냈으나,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다. 2018~2019시즌 전반기에 맹활약한 뒤, 입단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구단과 계약을 연장했다.이청용이 2019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열린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2차전에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앞선 필리핀과 1차전에도 후반에 교체 투입돼 분위기 반전을 만들어 내며 결승골을 돕는 데 일조했다. 물론 키르기스스탄전에는 공격과 수비에서 한 차례씩 실수했으나, 그 경기에서 이청용보다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부상자가 늘어나는 대표팀의 상황에서, 이청용의 활약은 가뭄 속 단비와 같다. 30대에 접어들면서 폭발적인 드리블은 줄어들었으나, 나이에 걸맞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공격 전개를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잘 한다. KFA 제공이청용은 이제 중앙에서도 활약이 가능한 선수다. 소속팀 보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전반기 팀 내 최고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2선 공격 자원들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에, 이청용의 활약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얼마 전만 하더라도 그의 대표팀 내 입지는 매우 좁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전에도 맨 마지막에 탈락한 선수가 이청용이었다. 신태용 당시 감독은 명단 발표 전날까지 이청용을 두고 고심했다고 한다. 이청용이 가진 기술과 경험은 인정하나, 그의 경기 감각이 문제였다. 이청용이 유럽 잔류를 선택한 이유기도 하다.이청용은 본인이 본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호주 원정 평가전부터 자리 잡기 시작해, 이제는 아시안컵에서 가장 소중한 선수가 됐다. 한국은 16일 중국과 조별리그 3차전 경기를 한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했으나, 조 1위로 토너먼트를 시작하려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손흥민이 합류하더라도 100% 컨디션은 어렵다. 결국 이청용이 해 줘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중국전 선발 라인업을 고민할 때, 이젠 이청용부터 일단 넣어 두고 시작할 확률이 높다.어느덧 팀 내 세 번째 고참이 된 이청용. 그에게 이번 대회는 어쩌면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수 있다. 2011년엔 아쉬운 3위, 2015년엔 부상으로 중도 하차. 이청용이 매 경기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의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길 바란다. 알 아인(UAE)=김환 JTBC 해설위원 2019.01.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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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간 대표팀, UAE행 막차를 타라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호주로 출국했다. 이날 인천공항에 모여 비행기에 오른 선수는 20명이다. 유럽과 일본 무대에서 뛰는 이청용(30·보훔)과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22·함부르크) 김정민(19·FC 리퍼링) 정승현(24·가시마) 등 5명이 소속팀 일정상 현지에서 합류하는 데다 출국 당일 김문환(23·부산 아이파크)이 좌측 대퇴부 부상으로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이 김문환의 대체 선수를 발탁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소집 명단은 25명으로 확정됐다. 이번 원정길은 여러모로 의미가 각별하다. 일단 벤투 감독 체제가 출범한 뒤 치르는 첫 번째 원정 평가전이자 올해 마지막 A매치 평가전이다. 지난 8월 취임한 벤투 감독은 9월과 10월 A매치 평가전을 모두 국내에서 치렀다. 고양과 수원,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2승2무로 국내 평가전을 마무리한 벤투 감독은 이제 선수들을 이끌고 처음으로 원정에서 승 수 올리기에 도전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의 열기를 이어받아 4경기 연속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뜨거운 성원을 받았던 국내 평가전과 달리 적지에서 치르는 경기인 데다 전력 누수가 많아 고민이 크다. 일단 벤투 감독은 휴식과 배려 차원에서 손흥민(26·토트넘) 기성용(29·뉴캐슬)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 주축으로 점찍었던 장현수(27·FC 도쿄)가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고 정우영(29·알 사드)은 발목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데다 김문환까지 부상으로 원정길에 오르지 못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도 충분히 남아 있다. 이번 호주 원정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행 비행기에 오를 선수들의 윤곽을 그리기 위한 마무리 작업에 해당한다. 9·10월 A매치 평가전을 통해 아시안컵에 나설 선수들을 점검한 벤투 감독은 이번 원정 평가전에서 베스트11을 확정하고 전술을 완성할 예정이다. 주전 선수들의 경우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으나 변수로 등장한 장현수 공백을 메울 중앙 수비수, 기성용의 대체자 혹은 파트너가 될 중원의 키 플레이어 찾기 등 과제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즉, 포지션 경쟁 중이거나 새로 승선한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번 호주 원정 2연전이 UAE행 '막차'를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벤투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아시안컵 전에 많은 선수를 최대한 경험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처럼, 경험하며 알아 가는 과정을 갖고 싶다"며 "원정 2경기를 앞두고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원정길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정우영을 대신해 벤투호에 합류한 주세종(28·아산 무궁화)은 "내겐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뭔지 경험한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한편 호주로 떠난 벤투호는 오는 17일 오후 5시50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스타디움에서 홈팀 호주를 상대하고, 이어 20일 오후 7시 발리모아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 나설 대회에서도 원정경기가 많기 때문에 팀이 성장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첫 원정길에 기대감을 드러냈다.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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